세속화와 민주주의 (봉인 해제)/세속화와 민주주의 57

재구성의 변형 과정과 세속화 (수정)

재구성의 변형 과정과 세속화 전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전통을 붕괴시키려고 한 사람들의 글에서조차 과거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전통에 종속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개념의 변형 과정을 중심으로 역사를 평가해 보는 것은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고전적 이원론의 붕괴가 19세기 세속화 운동으로 이어진 과정은 어떠한 과정인가? 그 과정을 과거 전통과의 단절로 볼 수 없더라도, 즉 과거를 암흑기로 규정하기 위한 ‘규범적 독자성’을 그 과정에 부여할 수 없더라도, 그 과정은 과거, 특히 중세와는 구분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전적 이원론의 붕괴가 세속화 운동으로 이어진 과정은 과거 전통과의 단절도 아니며, 과거 전통의 단순한 수용 과정도 아니다. 즉, ..

단절 개념과 종교 시장 논리의 맹점 (수정)

(3) 단절 개념과 종교 시장 논리의 맹점 세속화 과정을 부정하거나 사소한 사건으로 간주하는 종교 시장 논리는 와 라는 두 논증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와 를 받아들여도, 종교 시장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두 논증은 역사 읽기에서 ‘세속화 과정의 잘못된 규정 방식’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잘못된 규정 방식은 근대 및 현대를 과거 전통과 단절된 것으로 보는 관점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종교 시장 논리가 성립하려면, 근대 및 현대가 ‘과거 전통의 매우 특별한 변형’이어야 한다. 그 변형은 ‘기독교 사상의 변형’ 혹은 ‘기독교 종말 사상의 세속화’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변형이 역사적 근거를 결여한 것이라면, 종교 시장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이를 알기 위해 다음 물음..

일원론 대 다원론 (수정)

(2) 일원론 대 다원론 세속화 과정의 결말은 무엇인가? 종교 교리가 더 이상 사회 통합의 원리로 작동할 수 없게 된 사회 상태이다. 그런데 고전적 이원론의 붕괴 과정과 세속화 과정의 연결성을 필연적인 것으로 보고, 고전적 이원론의 붕괴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특징들을 ‘세속화의 본질(essence of secularization)'과 같은 것으로 여기는 철학자가 있다고 해보자. 그의 눈에는 다음과 같은 대립 구도가 들어오게 된다. • ‘과학적 탐구 대상으로서의 자연’ 대 ‘동경의 대상으로서의 자연’ • ‘이성’ 대 ‘충동과 상상’ • ‘개인의 자유’ 대 ‘종교적 권위’ 그가 위의 대립 구도 속에서 고전적 이원론의 붕괴 과정을 분석하는 경우, 그 붕괴 과정은 ‘과학적 탐구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동경의 대..

종교 시장 논리 (수정)

종교 시장 ‘극단적 복음주의의 출현’, ‘과학의 종교화를 시도하는 집단의 출현’, ‘종교의 대중화’, ‘교파 간 교류 및 경쟁의 국제화’, ‘속세에서 구원이 가능하다는 믿음의 확대’ 등은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종교적 특징’들로 자루 거론된다. 그러한 종교적 특징들은 다양한 종교들이 신도들을 놓고 경쟁하는 ‘종교 시장’의 특징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시적 차원, 미시적 차원에서 종교 시장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려면,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종교적 특징들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종교 시장의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 ‘종교 시장 논리의 맹점’을 지적할 것이다. (1) 종교 시장 논리 ‘종교 시장 논리의 맹점’을 지적한다는 것은 종교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

고전적 이원론의 붕괴 과정 (수정)

고전적 이원론의 붕괴 과정 고전적 이원론은 지상계와 천상계를 이분하는 관점이 흔들리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 관점을 뒤흔든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지동설의 출현이다. 이 때문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고전적 이원론에 타격을 가한 첫 번째 사건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지상계와 천상계를 이분하는 관점이 지배했던 시절, 지구는 천문학의 탐구 대상이 아니었다. 천문학의 탐구 대상은 신성(神聖)이 구현된 천상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우주를 거대한 시장(market)에 비유할 때 지구가 천문학의 탐구 대상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것은 ‘우주 시장(cosmic market)’에서 지구의 가치가 높아짐을 뜻한다.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 천상을 바라보며 신을 숭배하는 존재로 여겨진 인간의 지위도 격상되어야 한..

현대적인 것 (수정)

현대적인 것 ‘현대적인 것’은 단순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시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것 혹은 혁신적인 것을 뜻한다. 역사적 사건을 평가하는 방식은 어떤 관점을 취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현대적인 것에 대한 규정 방식도 고정된 것은 아니다. 현대적인 것을 전통의 약화와 연관시킬 때 일제 강점기 이후를 현대의 출발점으로 잡을 수 있다. 만약 현대적인 것을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과 연관시킬 때 해방 이후를 현대의 출발점으로 잡을 수 있다. 이 땅의 역사를 세계 역사 속에서 파악하는 경우, 현대적인 것을 규정하는 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당장 용어 ‘modern’을 ‘현대적’으로 번역해야 하는가, 아니면 ‘근대적’으로 번역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그..

서문 (수정)

세속화와 민주주의 ‘세속화된 상태’는 정치, 경제, 과학, 교육, 법 등의 분야가 특정 종교의 지배에서 벗어나 ‘그 자체의 고유성을 확보한 사회 상태’를 뜻한다. 이때 ‘종교’도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기능 단위’를 뜻한다. 사회의 각 분야가 종교의 지배적 이념에서 해방되어 그 고유성을 확보한 과정은 ‘사회의 기능적 분화’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까닭에, 사회의 각 분야는 ‘기능적 단위’로 불리는 것이다. 사회는 그러한 기능 단위들의 연결망에 근거하는 유기체에 비유 가능하며, 각 기능 단위는 사회라는 유기체 천체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사회의 기능적 분화는 계층 분화에 따른 가치 체계의 다원화를 수반한다. ‘구조적으로 분화된 사회’는 사회의 기능적 분화 및 계층 분화에 따른 가치 체계의 다원화가 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