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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5. 벤담, 법적 권리와 의무의 관계, 두 가지 접근법

17세기 이후 영국 정치 및 법학 역사에서 자연법에 따른 도덕적 권리는 법에 앞서 주어진 것 혹은 법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자연법에 따른 도덕적 권리는 법제 정당화의 보편적 원리처럼 여겨졌다. 법에 명시된 법적 권리는 그러한 도덕적 권리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 했던 벤담에게 법적 권리의 정당화 원리는 최대 다수의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원리이다. 다른 사람의 행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개인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조율한다고 할 때, 벤담에게 법에 앞서 주어진 혹은 법보다 우선하는 도덕적 권리란 허구이다. 공리주의의 원리만으로 법적 권리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 권리가 근거해야 하는 또 다른 도덕적 권리를 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4. 벤담, 자유와 안전

벤담이 ‘자유(liberty)’보다는 ‘안전(security)’이라는 용어를 선호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단순한 이유는 벤담이 자유가 기존의 자연법 개념에 근거해 해석되고 규정되는 것을 꺼렸다는 것이다. 안전은 기존에 외교, 국방, 소유권 등과 관련해 폭넓게 사용된 법적 용어인데, 벤담은 안전을 주로 시민의 자유와 관련지은 것이다. 행위 결과를 예측하는 합리적 계산 능력 발휘 없이는 개인은 시민으로서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한 벤담은 시민의 자유를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로 분류하고, 그러한 자유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안전’이라 불렀던 것이다.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피해를 차단하는 안전 장치,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법제의 우선적 목적이다..

일본 제국주의 1861-1945, 사례 연구들

역사 서술에서 사실들은 항상 특정 관점의 해석 대상들이 된다. 이 때문에, 역사 서술 구성 및 읽기에서 비판적 시각이 요구된다. 그러한 비판적 시각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 상호 보완 관계를 맺는 자료들의 충분성 검토 • 사실들의 맥락 의존성에 대한 감수성 • 다양한 관점 및 이데올로기들의 작동 방식을 권력 관계 속에서 고려하기 위 조건들을 여기서 규정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그저 일본 제국주의를 다룬 사례 연구들 몇 편을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소개할 것이다. 그 소개 방식에는 나의 개인적 입장이 빠져 있다. 그럼에도 그 소개 방식을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할 때, 서양 지배력에서 아시아를 해방시키겠다는 일본 정부 관련자들과 지식인들의 주장에는 일본 제국주의 고유의 ‘황색 인종주의(yel..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3. 블랙스톤과 벤담, 법제와 도덕적 권리의 관계

벤담이 법 이 전에 주어진 혹은 법보다 우선하는 자연법 및 도덕적 권리를 부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을 살펴보려면, 당시 자유와 도덕적 권리의 관계에 대한 주류 입장을 알 필요가 있다. 로크와 블랙스톤(W. Blackstone)으로 대변된 그 주류 입장에 따르면, 시민으로서 개인의 자유는 자연법을 모방한 법제에 의해 촉진 가능하다. 그 법제는 자연법에 근거한 도덕적 권리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로크의 행복론에서 자연 상태는 법제 없이 합리적 판단 능력의 발휘만으로도 조화로운 공동체 유지가 가능한 상태이다. 소유를 법적 권리로 보장할 필요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자연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고, 유용한 것들을 삶에 정착시키는 것은 로크에게는 신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유용..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1-2. 순환고리, 벤담 서론

벤담 행복의 지성주의 관점을 둘러싼 순환 고리: 생략 그러한 순환 고리의 사례로서 홉스-로크 순환고리: 생략 홉스-로크 순환고리의 세 측면: 생략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848163760 벤담, 행복론과 공리주의 윤곽 * 벤담 연구자들조차 이상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으로 나누어 논의 가능한 그의 공리주의의 복잡성을 간과했... blog.naver.com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5. 브라우버르의 직관주의와 연속체, 밀의 예상 반응

브라우버르, 힐베르트 모두 기하학을 수학의 기초로 간주하기 어려운 시대를 경험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현 때문이었다. 브라우버르도 힐베르트와 마찬가지로 산수를 수학적 사고의 출발점으로 여긴다. 하지만 브라우버르는 공리 체계에 근거한 수학의 형식화를 불필요하다는, 그리고 논리학이 수학의 일부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셈을 경험과 무관한 타고난 능력으로 여겼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셈 능력 발휘에 시간이라는 선험적 조건을 전제했다. 다시 말해, 마음에는 경험 이 전에 경험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선험적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이 시간이라는 것이다. 마음의 선험적 조건으로서 시간은 물리적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선험적 조건이기 때문에 직접 경험할 수도 없다. 만약 그것을 직접 ..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4. 힐베르트, 형식주의, 구조주의 그리고 질문들

직관주의 논리 체계에 근거한 구성주의의 일반적 흐름을 간략히 살펴보려면, 힐베르트(D. Hlbert)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공리 체계에 근거한 힐베르트의 형식주의(formalisms)는 종종 20세기 초 브라우버르(L.E.J. Brouwer)의 직관주의와 무조건 적대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회자되곤한다. 하지만 그 형식주의에 담긴 힐베르트의 수학적 유한주의를 살펴보면, 그와 브라우버르 사이의 공통점도 드러난다. 둘 다 수학적 플라톤주의를 수용하지 않았고, 경험의 유한성을 인정한다. 또한 수학을 논리학의 일부로 정착시키려는 논리주의(logicism)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힐베르트는 브라우버르와 달리 구성이 수학적 작업에 필수적이라도 그것을 수학의 본질로 파악하지 않는다. 힐베르..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3. 귀납과 임의적 확장 가능성

열거적 귀납에 대한 밀의 입장을 좀 더 분석해 보자. 열거적 귀납은 유한개의 관찰 사실들이라는 특수한 것에서 좀 더 많은 양의 특수한 것으로 계속 이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임의적 확장 가능성’을 함축한다. 밀에게 ‘모든’은 그러한 임의적 확장 가능성을 숨기는 기능을 가진다. 그러한 임의적 확장 가능성의 한계로 무한의 양을 가정할 수 있다. 밀의 시대에는 가산 무한과 불가산 무한을 구분하는 현대적 집합론이 없었기 때문에, 밀은 아마도 그러한 한계로 가정 가능한 무한을 가산 무한, 즉 자연수들의 집합과 일대일 대응 가능한 무한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인류가 멸망하는 일이 없다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인구의 수는 자연수만큼이다. 지금까지 논의에 따를 때, 무한 양의 보편적인 것에서 특수한 것으로의 추론은 불..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2. 표면적, 실질적 추론 그리고 귀납

표면적 추론은 표면적 명제와 마찬가지로 논리적 연결사의 정의 방식에만 기대어 가능한 추론이다. 반면에 실질적 추론은 논리적 연결사의 정의 방식만으로는 불가능한 추론이다. 밀은 실질적 추론에는 경험에서 직접 근거하는 경우 또는 관찰 가능한 사실들로부터의 일반화의 경우가 개입되어 있다고 본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무모순률과 배중률을 실질적 명제로 규정하는 데 밀은 열거적 귀납을 사용했다. 따라서 밀에게 무모순률과 배중률을 규정하는 방식은 실질적 추론이다. 표면적 추론과 실질적 추론의 구분은 이렇게 단순해 보여도 여러 논쟁거리를 발생시킨다. 먼저 다음 논증을 분석해 보자. 첫 번째 사탕은 달고, 두 번째 사탕도 달다. 따라서 첫 번째 사탕은 달다. 위 논증에는 다음과 같은 타당한 논증 형식, 즉 전제들을 참으..

시간 철학: 페레키데스

* 개인 원고 을 2/3 가량 끝낸 상태에서 새로운 개인 원고 를 시작한다. 블로그에는 원고의 본문을 올리지 않는다. 원고는 철학자들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본문과 두 개의 부록 A, B로 구성된다. 블로그에는 '부록 B. 시간 철학'에서 다루어질 철학자들의 시간 개념을 연대순으로 올린다. 첫 번째 인물은 페레키데스이다. 블로그에 올리지 않는 개인 원고 의 본문 내용을 추측해 보고 싶은 사람은 다음 블로그 용 서문을 참조하라. 시간과 경험: 서문(블로그 용) http://blog.daum.net/goodking/966 페레키데스 소크라테스(Socrates) 이 전의 고대 그리스 철학의 흐름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D. Laertius)의 ,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여러 문헌 등에서 엿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