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46

점들의 간격과 위치 4.3. 라마르크의 자연주의 3. 무신론, 무종교인의 관점

(3) 라마르크의 자연주의 3. 무신론, 무종교인의 관점 복잡성 증가를 신의 섭리로 여기지 않는다고 해서, 이것이 창조주로 가정된 신 개념과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의 이러한 결론은 신 존재를 확실하게 증명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신론을 논리적으로 배제시키지는 않는다. 따라서 라마르크가 무신론을 주장했어도, 진화가 복잡성의 증가 과정이라는 그의 관점은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는다. 만약 라마르크가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이었다면, 그 관점에 근거해 어떤 논증을 펼쳤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논증은 다음과 같다. • 복잡성 증가 과정은 우주의 특정 부분들에 국한된 자연의 역사와 관련된다. • 복잡성 증가 과정이 전일적 우주의 역사 속에 귀속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 태초를 가정하는 우..

소유권(Property Rights)

소유권(Property Rights) 1. 소유권(property rights)은 정부의 억압 없이 개인이나 집단이 소유한 것을 사용하고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국가가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집단은 경제적 활동에 참여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경제 활동에서의 자유와 소유권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소유권의 규정 방식은 철학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입장에 의존한다. 그 하나는 소유권이 궁극적으로 개인에게서 기인한 것이라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유권의 실제 규정 방식은 이러한 두 철학적 입장에서 추론 가능한 것이 아니다. 또한 소유권의 실제 규정 방식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경제 원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규정되는 것도 아니다. 글 보기..

점들의 간격과 위치 4.2. 라마르크의 자연주의 2. 두 가지 신 존재 논증

(4) 라마르크의 자연주의 2. 두 가지 신 존재 논증 진화가 복잡성 증가의 과정이라는 라마르크의 주장에서 복잡성의 증가는 신의 설계도가 전개되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없다. 또한 라마르크가 창조와 창조주를 동일시하는 전통에 서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복잡성 증가 개념을 ‘신의 자기 구현 과정’과 연관시킬 수 없다. 이때 다음의 논증이 성립한다. • 자연에서 신의 섭리를 찾아보려는 전통이 있다. • 그 전통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그 하나는 신에 의해 예정된 우주의 설계 방식을 신의 섭리와 연관시키는 관점이다. 다른 하나는 창조와 창조주를 동일시함으로써, 신의 섭리를 우주의 진화 목적과 연관시키는 관점이다. • 라마르크는 두 가지 관점 모두를 부정하였기 때문에, 그는 자연에서 신을 섭리를 찾아..

좌파와 우파(Left and Right)

좌파와 우파(Left and Right) 1. ‘좌파와 우파(left and right)’라는 개념을 다루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다. 정책에 대한 여러 입장을 공간적으로 표현하는 정치학의 이론 속에서 좌파와 우파라는 개념을 이해할 때, 그것은 서로 거리가 먼, 그래서 어울리기가 힘든 두 입장을 뜻한다. 따라서 좌파와 우파는 특정 정책에 대한 극단적인 입장 차이를 뜻하기도 한다. 특정 정책에 대한 입장을 공간 좌표계로 표현하는 경우, 좌파와 우파가 각각 좌표계에서 차지하는 영역은 서로 중첩되지 않는 모습을 띤다. 또한 좌파와 우파에 대한 현재의 일반적인 이해 방식에는 종종 ‘진보적인 것’과 ‘보수적인 것’에 대응하는 ‘좌파적인 것’과 ‘우파적인 것’이라는 정치적 성향이 깔려 있다. 이때 좌파와 우파는 일반적..

점들의 간격과 위치 4.1. 라마르크의 자연주의 1

(4) 라마르크의 자연주의 1 신을 믿는 사람이 자연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라마르크의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라마르크의 입장을 받아들일 때 그는 과학과 양립 가능한 창조설을 ‘강한 자율적 우주 창조설’로 보았다. 라마르크에게 신은 우주를 설계한 존재도, 생명의 씨앗들을 우주에 심어 놓은 존재도 아니다. 그에게 신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목적인도, 작용인도 아니다. 그의 신은 물질계에서 생물계로의 전이 및 생물계의 진화에 대한 가능성만 우주에 마련해준 존재이다. 즉, 물질계에서 생물계로의 전이 및 생물계의 진화는 우주의 자기 조직화 과정의 산물인 까닭에 신에 의해 예정된 조화의 전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력과 같은 물질의 필연적 속성의 제한 속에 대상들의 우연적인 연결망이 형성되..

자연의 역사와 우주론 3. 태초(빅뱅)를 둘러싼 논쟁 (수정)

(3) 태초를 둘러싼 논쟁 자연에도 역사가 있다면, 그 출발점을 가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정당하다. 하지만 자연의 역사가 태초를 가정하는 전일적 우주 역사 HCH 속에 귀속되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독교의 신 개념과 양립하기 힘든 우주론은 빅뱅 가설에 근거한 우주론이 아니라 ‘태초를 가정하지 않는 우주론’이다. 빅뱅 가설은 과학적으로 확정된 가설이 아니다. 빅뱅 가설은 일부 발견에 사변(speculation)이 개입된 하나의 우주론일 뿐이다. 현대 과학은 태초의 물음을 다룰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러한 까닭에, 태초를 가정하지 않는 우주론도 빅뱅 가설에 근거한 우주론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빅뱅 가설’이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과학을 상징하게 되면서, 또한 우주에 대한 대중..

점들의 간격과 위치 3. 자연 신학, 창조적 진화론 (수정)

(3) 자연 신학, 창조적 진화론, 그리고 라마르크에 대한 왜곡 만약 라마르크의 생명나무가지 도식이 존재 사슬의 전개 방식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면, 라마르크의 진화론은 ‘목적론’을 함축할 수밖에 없다. 즉, 생물계의 진화는 신이 예정한 목적을 향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받아들이면, 라마르크의 진화론은 지적 설계자 가정에 바탕을 둔 자연 신학 전통에 흡수될 수 있다. 그러나 지적 설계론이 ‘약한 의미의 자율적 우주 창조설’을 대표하는 까닭에, 다음의 문제가 발생한다. • 신의 설계도에 비유되는 존재 사슬을 실재하는 것으로 전개시켜주는 자연적 원인은 무엇인가? 신이 진화의 경로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면, 환경의 점진적 변화가 변이의 원천이어야 한다. 이러한 대답에 따른다면, 환경은 진화의 ‘보이지 않..

무신론의 고대적 의미

무신론의 고대적 의미 1. 우리가 무신론을 이해하는 방식은 지극히 서구적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 이해 방식은 기독교가 서구 사회의 지배적인 이념으로 정착한 이후 전지전능한 창조주를 부정하는 관점으로 굳어진 무신론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 세력이 이교도(pagan)들과 더불어 살면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던 시절만 해도, 무신론 관점을 지금처럼 이해하는 방식은 없었다. 그렇다고 ‘무신론’이라는 용어가 오로지 근대적 산물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리스 어원을 따진다면, ‘a’는 ‘무엇 없이’를 뜻한다. 무신론자에 해당하는 ‘atheist’는 어원적으로 ‘신앙심이 없는 사람’을 뜻했다. 다신교가 근동 아시아와 유럽을 지배했던 시대에는 ‘무신론자’라는 개념은 ‘무종교인’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

청교도를 둘러싼 갈등과 미국 공교육 정착의 역사

청교도를 둘러싼 갈등과 미국 공교육 정착의 역사 정부 중심의 교육 제도가 미국에 정착되는 과정에는 극심한 교파 간 갈등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청교도를 둘러싼 교파 간 갈등을 들 수 있다. 영국 국교 내에 남아 있던 로마 가톨릭의 관습과 제도를 송두리째 뿌리 뽑으려고 했던 17세기 청교도 운동(puritan movement)이 실패하자, 많은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인들 다수는 장로교(presbyterians)에 속해 있었다. 청교도 내부에도 정치와 교회 사이의 관계를 놓고 입장이 갈려 있었다. 독립파(independents)는 정치와 교회의 분리, 곧 정교 분리의 원칙을 옹호했지만, 청교도 운동을 주도한 일부 장로교 세력은 정교 분리 원칙에 반대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장로파의..

한국 개신교 전파 역사에 대한 짧은 고찰

한국 개신교 전파 역사에 대한 짧은 고찰 1. 한국에 개신교가 본격적으로 전파된 시기는? 1882년 미국과 친교가 이루어진 이후이다. 18세기 중엽 이후의 선교사는 예수회의 마테오리치가 북경에 입성하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유럽이 세계 역사의 중심축이 되면서 계몽주의의 또 다른 얼굴인 ‘백색 도덕 제국주의’가 서구의 식민지 개척 역사 속에 반영되어 있다. ‘백색’은 피부색이 아니라 인종주의 관점에서 다른 문명권을 평가하는 규범과 같이 작동했다. 지적 우월성과 도덕성을 상징하는 백색 규범에 따라 다른 지역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관습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선교의 목적은 종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선교 활동은 유럽 각국의 경제적 이권에 따라 토지 개발 회사, 무역 회사 등과 끈끈한 연대 관계를 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