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착한왕의 개념 사전 72

이기주의 분류법 1. 기술적 접근법, 심리적 이기주의, 비쾌락적, 쾌락적 이기주의

* 스텐포드 철학사전(SEP)의 이기주의 관련 글은 이기주의를 둘러싼 영미 철학자들의 논쟁을 살펴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기주의를 분류하고 현상에 적용시키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터넷 철학사전(IEP)의 이기주의 분류 방식이 더 깔끔하고 효과적이다. 다만 이기주의를 접근하는 한 방법론으로서의 규범적 접근법에 윤리적 접근법을 포섭시킨 방식은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오히려 '분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더욱이 홉스와 벤담을 동일하게 쾌락주의 전통에 따른 인물로 분류하는 것은 오류이다. 나의 분류법은 대충 이렇다. 기술적 접근법과 규범적 접근법을 구분하고 기술적 접근법에 심리적 이기주의를 위치시킨다. 심리적 이기주의를 다시 비쾌락적 이기..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5. 벤담, 법적 권리와 의무의 관계, 두 가지 접근법

17세기 이후 영국 정치 및 법학 역사에서 자연법에 따른 도덕적 권리는 법에 앞서 주어진 것 혹은 법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자연법에 따른 도덕적 권리는 법제 정당화의 보편적 원리처럼 여겨졌다. 법에 명시된 법적 권리는 그러한 도덕적 권리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 했던 벤담에게 법적 권리의 정당화 원리는 최대 다수의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원리이다. 다른 사람의 행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개인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조율한다고 할 때, 벤담에게 법에 앞서 주어진 혹은 법보다 우선하는 도덕적 권리란 허구이다. 공리주의의 원리만으로 법적 권리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 권리가 근거해야 하는 또 다른 도덕적 권리를 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4. 벤담, 자유와 안전

벤담이 ‘자유(liberty)’보다는 ‘안전(security)’이라는 용어를 선호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단순한 이유는 벤담이 자유가 기존의 자연법 개념에 근거해 해석되고 규정되는 것을 꺼렸다는 것이다. 안전은 기존에 외교, 국방, 소유권 등과 관련해 폭넓게 사용된 법적 용어인데, 벤담은 안전을 주로 시민의 자유와 관련지은 것이다. 행위 결과를 예측하는 합리적 계산 능력 발휘 없이는 개인은 시민으로서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한 벤담은 시민의 자유를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로 분류하고, 그러한 자유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안전’이라 불렀던 것이다.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피해를 차단하는 안전 장치,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법제의 우선적 목적이다..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3. 블랙스톤과 벤담, 법제와 도덕적 권리의 관계

벤담이 법 이 전에 주어진 혹은 법보다 우선하는 자연법 및 도덕적 권리를 부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을 살펴보려면, 당시 자유와 도덕적 권리의 관계에 대한 주류 입장을 알 필요가 있다. 로크와 블랙스톤(W. Blackstone)으로 대변된 그 주류 입장에 따르면, 시민으로서 개인의 자유는 자연법을 모방한 법제에 의해 촉진 가능하다. 그 법제는 자연법에 근거한 도덕적 권리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로크의 행복론에서 자연 상태는 법제 없이 합리적 판단 능력의 발휘만으로도 조화로운 공동체 유지가 가능한 상태이다. 소유를 법적 권리로 보장할 필요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자연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고, 유용한 것들을 삶에 정착시키는 것은 로크에게는 신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유용..

철학자들의 행복: 벤담 1-2. 순환고리, 벤담 서론

벤담 행복의 지성주의 관점을 둘러싼 순환 고리: 생략 그러한 순환 고리의 사례로서 홉스-로크 순환고리: 생략 홉스-로크 순환고리의 세 측면: 생략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848163760 벤담, 행복론과 공리주의 윤곽 * 벤담 연구자들조차 이상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으로 나누어 논의 가능한 그의 공리주의의 복잡성을 간과했... blog.naver.com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7. 다수의 행복, 정부와 시간

기억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성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 로크처럼 이 물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힘들다. 로크는 기억의 의미 있는 대상을 관념, 즉 명제적 판단의 의미적 구성 단위들로 간주함으로써 이미지의 역할을 사소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기억을 통해 과거를 추적할 때, 심적 이미지들은 판단의 증거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한 특정 판단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특정 대상을 표상하는 이미지는 그 대상과 분리되어 있다. 머리 근처에 떠올린 사과, 나무 등의 이미지들은 사과, 나무 등과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표상한다. 그런데 이미지가 두뇌 활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심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 영상, 그림, 이모티콘 등 인공 이미지들 역시 심적 이미지와 마찬가..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6. 행복의 지속성과 기억의 문제

로크에게 기억 중심의 의식은 합리적 판단 능력의 한계 설정과 사용법, 개인의 정체성, 행복의 지속성과 사후 구원, 시민의 규정 방식을 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로크의 사고방식과 홉스의 사고방식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로크와 홉스 모두 확실성 추구의 시대정신 속에서 이성 혹은 합리적 판단 능력의 한계 설정에 관심을 가졌다. ‘이성’은 추리와 추상화 능력을 대표하는 합리적 판단 능력을 경험적으로 연구할 수 없었던 시절 그러한 능력의 작인으로 가정된 것이며, 그것의 궁극적 원인은 종종 신으로 여겨졌다. 이성과 합리적 판단 능력을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은 추리와 추상화 능력이 아직 경험적 연구 영역에 들어오지 않았던 고대, 중세, 근대에 국한된다. 합리적 판단 능력의 한계 설정에서 로크는 홉스..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5. 행복과 지식

개인의 행복에 대해 로크가 구체적이고 체계적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변적 세상 속에서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불변의 정치 체제를 고안한 그의 작업은 다수의 행복 문제를 근대 정치론에 정초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개인의 행복에 대한 그의 입장은 관념을 다루고 있는 제 2부에 반영되어 있다. 특히 권력(power), 자유(liberty)를 다루고 있는 부분에 반영되어 있다. 개인의 행복에 대한 로크의 입장 첫 번째 핵심은 지식의 한계를 아는 것이 행복 추구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개인에게 지식의 한계를 안다는 것은 합리적 판단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로크에 따르면, 합리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직관과 예증에 통달한 사람일지라도 마음 바깥의 물질적 원인들에..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4. 지식의 구분

로크에 따라 마음이 관념들을 직접 지각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 특정 관념을 지각한다는 것은 그 관념을 나타내는 경험 내용을 파악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그 경험 내용은 관찰한 것, 만지고 있는 것, 듣고 있는 것, 과거 경험을 기억으로 떠올리는 것, 상상하는 것 등을 망라한다. 데카르트와 달리 본유 관념을 인정하지 않는 로크에게 관념을 지각하는 것만으로는 그 어떤 지식도 얻을 수 없다. 로크에게 지식이란 관념들의 비교를 통해서만 획득 가능한 것이다. 지식을 얻는 과정, 확실한 지식과 그럴듯한 지식의 구분 방법, 확실한 지식의 분류법 등을 논하는 제 4권을 보면, 지식은 관념들의 결합 방식을 지각하는 것을 통해 습득 가능한 것이다. 로크에게 그 결합 방식은 기본적으로 두 관념의 일치 혹은 불일치에 불과..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3. 관념(Idea)

관념이란 무엇인가? ‘관념’이라는 단어는 21세기 사람들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의 근대적 사용 방식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 사용법은 경험과 사고 작용의 내용이 발생하는 장소로서 마음을 이해하는 관점의 형성 과정에서 굳어졌다. 현상을 설명하려고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을 단순히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이분하고 객관적인 것을 마음 외적인 것으로 규정할 때, 마음은 주관적인 것의 반경과 같다. 마음에 대한 이러한 근대의 특이한 이해 방식에 따를 때, 관념은 마음에서 발생하는 이미지, 표상, 내용 등을 총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념에 대한 근대 철학자들 각자의 이해 방식을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항상 논란거리를 남길 수밖에 없는 어려운 일이다. 로크의 관념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