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7세기 전통의 지적 설계론 중세 본성론에서 우연에 의해 발생한 사건, 즉 기회는 두 가지 측면을 갖는다. 그 첫 번째 측면은 태초 이후 우주의 자체 유지와 맞물린 인과적 복잡성과 관련된다. 이때 인과적 복잡성은 사건 발생의 선후 관계를 따지는 관점이 아니라, 대상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따지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또한 우연에 기인한 기회는 신의 아가페적 사랑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은 신이 모든 사건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 두 번째 측면은 우연적인 것을 기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관련된다. 이때 기적은 신의 전능함과 충만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중세 본성론에서 신이 태초 이후에 개입할 여지는 논리적으로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