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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피어슨의 사례

K. 피어슨의 사례 1. 종교는 단지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할 뿐 사회의 유지에는 불필요하다. 이를 옹호하려면, 정교 분리의 원칙이 현재 실현 가능해졌다는 입장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비현실적인 입장은 오히려 반대편에게 비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수리 통계학의 토대를 마련한 칼 피어슨(K. Pearson)의 일화를 통해 왜 그런지 살펴보자. 칼 피어슨은 피셔(R.A. Fisher)와 함께 현대 통계학의 대부로 불린다. 둘 다 집단적 차원에서 ‘형질 대물림’, 곧 ‘유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양적 방법론의 토대를 닦는 데 기여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맥스웰 등을 사사하고 법학을 전공한 후 런던 대학의 응용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890년 무렵, 피어슨은 동물학과에 부임한 웰던(W.F.R...

종교 시장 논리 (수정)

종교 시장 ‘극단적 복음주의의 출현’, ‘과학의 종교화를 시도하는 집단의 출현’, ‘종교의 대중화’, ‘교파 간 교류 및 경쟁의 국제화’, ‘속세에서 구원이 가능하다는 믿음의 확대’ 등은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종교적 특징’들로 자루 거론된다. 그러한 종교적 특징들은 다양한 종교들이 신도들을 놓고 경쟁하는 ‘종교 시장’의 특징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시적 차원, 미시적 차원에서 종교 시장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려면,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종교적 특징들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종교 시장의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 ‘종교 시장 논리의 맹점’을 지적할 것이다. (1) 종교 시장 논리 ‘종교 시장 논리의 맹점’을 지적한다는 것은 종교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

로크의 관용(Locke's 'Tolerance')

로크의 ‘관용’ 1. “마음의 어두운 면에 불을 밝혀라.” 이러한 칸트의 명제로 묘사되는 계몽주의는 근거 없는 모든 권위에 저항할 것을 개인에게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집단적 속성에 좌우되지 않는 ‘개인의 자율성’이 가정되었다. ‘개인의 자율성’의 강조는 현실세계에는 없는 ‘개인 대 집단의 이분법’을 산출시켰다. 그러한 이분법의 핵심은 합리적 능력을 ‘개인주의 관점’에 가두는 것이었고, 신앙은 합리적 정당화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환경과 전통 그리고 심리적인 것은 개인의 합리적 능력과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18세기 계몽주의 정신이 정교 분리 원칙을 직접적으로 함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 점은 계몽주의 시대를 마련한 17세기의 두 인물인 존..

음향 건축학의 대부 서베인

음향 건축학의 대부 서베인 1. 소위 ‘비정상적인 것’으로 판단된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학문 분과가 탄생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혁명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분과를 개척한 인물을 ‘혁명적 인물’로 묘사하고 싶어 한다. 즉, 그러한 인물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설명하는 가운데 새로운 분과를 개척한 ‘혁명적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척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새로운 분과가 탄생한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서 현대 음향 건축학의 탄생 과정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분과를 탄생시킨 모든 개척자가 ‘혁명적 인물’은 아닌 것이다. 2. 하이파이를 취미로 가진 사람들 중에는 청취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음향판을 사용하는사람들이 있다. 음향판은 ..

진화의 종합설

진화의 종합설(Modern Evolutionary Synthesis) 다윈에 의하면, 개체군에서 발생하는 변이(variations) 중 환경 적응성이 높은 것들만이 유전되며, 이 과정은 자연선택에 의거한다. 그러나 어떻게 종이 생기고 고정되는지에 대해 다윈은 명확한 대답을 제공할 수 없었다. 특히 당시 과학 수준으로는 변이의 원천뿐만 아니라 선택된 변이의 유전 과정을 해명할 수 없었다. 또한 종을 ‘생식 장벽(reproduction barriers)’에 근거해 정의할 때, 곧 서로 다른 종에 속한 개체들은 생식 불가능하다고 정의할 때 과연 자연선택에 의해서만이 그러한 생식장벽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다윈의 제자인 로마네스(G.J. Romanes 1887)는 생식 장벽이 자연선택 이전에 발생한..

고전적 이원론의 붕괴 과정 (수정)

고전적 이원론의 붕괴 과정 고전적 이원론은 지상계와 천상계를 이분하는 관점이 흔들리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 관점을 뒤흔든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지동설의 출현이다. 이 때문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고전적 이원론에 타격을 가한 첫 번째 사건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지상계와 천상계를 이분하는 관점이 지배했던 시절, 지구는 천문학의 탐구 대상이 아니었다. 천문학의 탐구 대상은 신성(神聖)이 구현된 천상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우주를 거대한 시장(market)에 비유할 때 지구가 천문학의 탐구 대상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것은 ‘우주 시장(cosmic market)’에서 지구의 가치가 높아짐을 뜻한다.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 천상을 바라보며 신을 숭배하는 존재로 여겨진 인간의 지위도 격상되어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