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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판단(Aesthetic Judgement)

‘미적 판단’은 어떤 미적 가치를 대상에 부여하는 사고 활동을 일컫는다. 그런데 무엇이 미적 가치에 속하는지를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한 규정은 미적 판단과 다른 종류의 판단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과 맞물려 이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칸트(I. Kant)에 따르면, 미적 판단은 대상의 객관적 속성에 관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미적 판단은 즐거움을 느끼는 경험에 의존적이다. 하지만 칸트에게 미적 판단이란 일시적인 감정, 실례로 대상에 대한 만족감이나 혐오감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 해당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해당하도록 판단하라! 미적 판단도 이러한 준칙(maxim)을 따른 판단이어야 한다. 즉, 칸트에게 미적 판단은 대상의 객관적 속성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상호주관적 의미에서 합의..

미적 태도(aesthetic attitude)

인간이 대상을 대하는 방식은 수동적이지 않다. 우리는 유용성을 관점, 경제적 관점, 윤리적 관점, 혹은 개인만의 특별한 관점 속에서 대상을 대한다.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대상을 대할 때 관련된 심적 상태를 ‘태도(attitude)’라 한다. 미학에서 ‘미적 태도’란 유용성, 경제성, 윤리적 판단 등과 관련된 관심과 무관한 태도로 규정된다. 따라서 미적 태도는 모든 욕망이 결여된 상태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심적 태도인 것이다. 미적 태도는 일상적 경험을 초월한 상태로 여겨지거나, 욕망과 동기가 개입되지 않은 지각 경험의 상태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까닭에, 미학사에서 ‘무관심’은 ‘미적 태도’를 다른 심적 상태와 구분시켜주는 속성을 나타내는 용어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미적 개념(Aesthetic Concepts)

미적 판단과 비미적 판단의 구분 및 관계는 미학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프랭크 시블리(Frank N. Sibley, 1923~1996)는 1959년 그의 논문 “Aestheic Concepts”에서 미적 판단에 개입된 개념들, 실례로 ‘균형 잡힘’, ‘섬세함’, ‘번민으로 가득 참’과 같은 개념들도 비추론적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미적 개념들도 대상에 대한 경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사과는 빨갛다’라는 판단에서 ‘빨강’이라는 개념의 정확한 사용 여부는 그 사과의 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한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추론 활동보다는 지각 경험이다. ‘빨강’이라는 개념은 대상의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블리는 진술의 술어에 함축된 ‘빨강’..

유추(Analogy)

유추(Analogy) 1. 유추(analogical reasoning)는 ‘유비에 근거한 추론’을 뜻한다. ‘유비 논증’은 일반적으로 그러한 추론에 근거한 논증을 뜻하며, 이때 유추는 유비 논증 속에서 발견되는 일반 추론 패턴을 뜻하게 된다. ‘유비(analogy)’는 대상들 사이의 형태적, 관계적, 구조적 유사성을 찾아내는 인지 과정을 뜻한다. 일상생활에서 ‘대상’이라는 용어의 사용법은 광범위하다. ‘사고의 대상’이라는 표현에서 ‘대상’은 생각의 주제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뜻한다. 하지만 유사성을 논할 때 대상은 주로 지각 경험에서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인지되는 것들, 곧 ‘지각 대상’들을 뜻한다. 그러한 지각 대상들 사이에 형태적 유사성이 발견될 수도 있다. 지각 대상들은 주로 시공간적 관계를 맺는..

귀납(Induction)

귀납(Induction) 1. 논증은 전제들에 근거하여 합당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논증 상황 및 맥락에 따라 결론이 확실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고, 그럴듯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의 경우를 연역 논증, 후자의 경우를 귀납 논증이라 한다. 그러나 결론이 그럴듯하게 끝나는 모든 논증이 항상 귀납 논증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알기 위해 먼저 연역과 귀납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논증 결과의 측면에서 접근할 때 연역과 귀납의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논증 결과는 전제부와 결론으로 구성되는데, 전제부의 내용 범위와 결론의 내용 범위를 각각 원으로 처리해 보자. 이때 이상적인 연역은 논증 맥락 속에서 결론이 내용적으로 전제부에 함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정점의 의미 6. 생물학의 두 전통과 우연적인 것 (수정)

(6) 생물학의 두 전통과 우연적인 것의 부활 물질계의 법칙만으로는 생물계의 분류 체계를 건설하기 힘들다는 인식은 18세기에 급성장했다. 이 점은 존재 사슬에 대한 18세기 관점이 주로 생물 현상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에 의해 알 수 있다. 만약 생물계에 역사가 있다면, 우주가 존재하는 방식인 자연에도 역사가 있다는 관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생물학의 기여가 있다. 또 생물학의 발달은 유기체의 내부를 조작할 수 있는 실험 방법론의 발달에 빚지고 있다. 그러한 실험 방법론이 없었다면, 발생, 번식, 성장, 다양성으로 대표되는 생물계의 현상을 적절한 단서에 근거하여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과학적 작업에서 그러한 단서는 일반적으로 실험이라는 통로를 거쳐 발견되기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생물계의..

연역(Deduction)

연역(Deduction) 1. 연역(deduction)은 전제들에 근거하여 확실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논증에서 발견되는 추론 패턴을 뜻한다.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일정한 맥락과 관련된다. 예를 들어 ‘모든 동물은 죽고,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도 죽게 마련이다.’라는 연역 논증에는 사람과 동물에 관한 배경 지식이 추론의 맥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배경 지식의 맥락 속에서 모든 동물은 죽고 사람도 동물이라는 전제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사람도 죽는다’는 결론은 확실한 것, 즉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연역 추론에 바탕을 둔 논증을 ‘연역 논증(deductive argument)’라 할 때 연역 논증은 전제부(presupposition)와 결론(conclusion)의 구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