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진보의 시작 100

<세속화> 후기: 독단적 지성사와 거리 두기 2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X는 현재 대세인 세계 이해 방식 W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X는 인간, 자연, 사회 그리고 그것들의 관계를 규정하는 W의 핵심 전제들을 다른 것으로 대체시켜야 한다. X가 역사를 존중하는 인물이라면, 특정 세계 이해 방식이 아니라 ‘세계 이해들의 세계’가 변화해온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그는 W와 대립 관계를 맺는 W′들에 주목하게 된다. X가 W′들에 근거해 W″를 만들었을 때, W″는 기존 ‘세계 이해 방식들의 세계’의 일부를 재구성해 변형한 것이라는 점에서 ‘생성된 것’이다. 더욱이 모든 세계 이해 방식들은 일상 경험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속화> 후기: 독단적 지성사와 거리 두기 1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인간, 자연, 사회,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세계 이해 방식의 변천 과정을 다루는 것을 지성사라고 할 때, 여기서 펼쳐진 세속화 담론은 새로운 세계 이해 방식을 제시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그것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무종교인의 관점에서 세속화 과정을 서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현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종교인이 종교적 교리들의 진위에 무관심하다고 할 때, 그는 그러한 교리들 속에 반영된 그 어떤 세계 이해 방식에도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그가 지적으로 성숙한 무종교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에게 세계 이해 방식..

<세속화> 후기 2. 세속화 담론의 성격 3(수정)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살펴볼 세 번째 물음은 다음과 같다. • 사회 역사적 과정들은 현시점의 특정 관점에서만 추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역사적 담론은 현실 문제 진단까지 다루기 때문에 역사적 서술보다 폭이 넓다. 제아무리 역사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한 담론일지라도 현시점의 관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역사적 담론은 현시점의 특정 관점에 부합하는 과거 사례들만 추려 내어 각색한 일종의 허구적 이야기가 아닐까? 역사적 서술에 바탕을 둔 담론은 현실 문제 진단과 무관할 수 없다. 그러한 진단에는 현시점의 관점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사적 담론은 판단 주체의 경험에 의존적이다. 이 점에서 역사..

<세속화> 후기 2. 세속화 담론의 성격 2(수정)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이 작업에서 펼쳐진 세속화 담론의 성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두 번째 물음은 다음이다. •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 하지만 과거는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를 객관적으로 서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역사적 서술이란 그저 자의적 해석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역사적 담론을 일종의 소설처럼 취급하는 입장은 두 가지가 있다. 약한 의미에서의 입장은 과거의 실재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를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역사적 서술은 자의적 해석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 및 사실들에 대한 기록과 증거들은 남아 있다. 그러한 증거들의 진위 여부에 ..

<세속화: '저기'와 '여기'> 후기 2. 세속화 담론의 성격 1

* 이 글은 원고 의 후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전체 원고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 글의 성격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살펴볼 첫 번째 물음은 다음이다. • 사회 설계 참여의 자유가 사회 속에 확대되기를 바라는 무종교인들은 가상의 역사로 남은 ‘유교의 변통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위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은 부정적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특징들인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 혹은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감정과는 구분되는 추론 및 추상화 과정 등의 합리적 능력이 과학과 기술의 결합을 촉진시켰다는 것’, ‘공동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 ‘나라 간 경계가 느슨해졌다는 것’ 등이 나타..

<세속화: '저기'와 '여기'> 후기 1. 역사적 과정들의 비동질성

* 이 글은 원고 의 후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전체 원고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 글의 성격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전에 올린 것에는 오류가 있어 수정한 것을 다시 올린다. 이 작업의 성격은 ‘세속화에 대한 담론을 생성하는 것’으로 규정될 수 있다. 그 세속화 담론의 성격은 한 편으로는 역사적이며, 또 한 편으로는 개인적이다. 이러한 세속화 담론의 성격은 다음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 (i)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사회 역사는 개인들의 거래 관계 및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구조적 연결 방식’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과정들이다. 그러한 구조적 연결 방식을 구성하는 요인들로는 ‘세계를 이해하는 특정 방식’, ‘관습 및 제도’, ‘인공물들을 바탕으로 한 물질적 기반’, ‘계층들 간 관계’, 등을 들 수..

문제를 공유하는 사회(무종교인의 관점에서)

* 다음 글은 '봉인 시킨 '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가 봉인된 상태에서 다음 글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닐 수 없음을 밝혀둔다. 신앙심이 없는 무종교인은 고대에는 사회에 반하거나 무관심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여러 종교들의 세력 분포 방식에 기반을 둔 고대 사회에서 각 종교의 교리나 제의는 사회 유지에 필요한 덕목 및 관습들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세속화된 사회에서 무종교인은 더 이상 사회에 반하거나 무관심한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땅의 무종교인들은 여전히 확산 계층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무종교인들의 의견이 사회에 표출되어 공론화될 기회는 차단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종교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의 논의로만은 위 물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

민주주의의 진화 가능성 5. 확산 계층으로서의 무종교인 계층

민주주의의 정태적 관점은 실험적 의미에서의 진화적 관점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로부터 민주주의의 그러한 진화적 관점을 수용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관점의 수용 여부는 어디까지나 해당 집단이 처한 상황에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만약 정태적 관점의 중산층 논리가 실현된 집단에서도 확산 계층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 그 집단은 그러한 중산층 논리에 대한 반례라고 할 수 있다. • 절차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 정태적 관점의 중산층 논리가 완전히 실현된 현실 공간을 T라고 하자. 그 논리에 따르면, 중산층이 확대될수록 교육 및 경제를 기준으로 한 상대 계층들 사이의 간격은 ‘다수의 의견이 입법 및 정책에 반영되는 정도의 범위’ 내에서 안정화된다. 다시 말해, T는 사회 구성원 다..

민주주의의 진화 가능성 4. 정태적 관점의 중산층 논리

절차적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정당 민주제의 형태는 크게 자유 민주제와 사회 민주제로 나뉜다.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사회 민주제’라는 용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이 땅의 정치 체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나라는 자유 민주제를 표방한 미국이었다. 미국은 냉전 시대 자국의 이권을 확대시키기 위해 과거 독재 정권을 도와준 까닭에, 반미 감정도 심한 곳이 이 땅이다. 독재 정권에 항거한 민주화 기여자들 중 일부는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되기도 했다. 여기에 냉전 시대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세력과의 갈등이 겹치면서 ‘사회주의’라는 용어는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빨간색의 좌파를, 그리고 ‘자유주의’라는 용어는 그에 대비된 파란색의 우파를 뜻하게 되었다. 그 결과, 민주주의 안에서 사회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

민주주의의 진화 가능성 3. 계층 분류 및 확산 계층의 문제

모든 집단이 계층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계층으로 분류 가능한 집단은 ‘조화로운 사회 유지를 위해 그 구성원 다수의 의견이 표출될 수 있어야 하는 집단’이다. 물론 ‘의견 표출’이 반드시 ‘의견 수용’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집단의 의견 수용 여부는 다른 집단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으로 계층을 폭넓게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진단하기에는 너무나 불충분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를 둘러싼 논쟁들을 살펴보면, 계층들의 역동적 관계망을 심층적으로 다룬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한 논쟁들 대부분은 개인 대 공동체의 대비 및 시장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를 다루는 데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계층들의 역동적 관계를 다루는 맥락 속에 민주주의 논쟁을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