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호인 ‘연암’은 황해도 금천군에 위치한 골짜기를 일컫는 지명에서 유래했다. 연암은 42세 때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가족을 데리고 연천군에 숨었다. 나이 50이 넘어서야 하급 관리직에 등용된 연암의 이력을 감안한다면, 연암이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황해도 골짜기에 숨은 사실은 ‘설명을 요구하는 사실’에 해당한다. 연암이 목숨의 위협을 받게 만든 결정적 원인 중 하나는 그의 글 때문이었다. 양반 신분에 속하면서도 양반의 권세를 누릴 수 없었던, 아니 누리길 거부했던 연암은 그의 글로 인해 당시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무리, 즉 벽파(辟派)에 속하는 인물로 몰렸다. 연암이 43세 때 사촌 형을 따라 중국에 사신을 갔던 시기 이전의 글들은 전기 작품으로, 그리고 이후의 글들은 후기 작품으로 분류된다.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