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 358

파울로 프레이리의 ‘억압받는 자들의 교육’ 4 (뱅킹 시스템, 약간의 프레이리 비판)

교육이 ‘사회화의 수단’으로 가능하고 있다는 점을 프레이리는 ‘은행 시스템(banking ssytem)’에 비유한다( 제 2장). 이러한 비유는 다음 사항 유비를 통해 표현 가능하다. • 돈 : 계좌 = 정보 : 학생 돈을 계좌에 집어넣듯이, 정보를 학생들의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정보를 집어넣는 주체는 선생이다. 하지만 정보의 선별은 선생의 몫만은 아니다. 학제를 구성하는 권한은 대부분 국가에서는 정부에 속하며, 기득권의 지배 구조에 유리한 정보가 학제에 스며들어 있다. 은행 계좌에 유비된 학생들은 수동적이다. 선생과 학생의 관계는 수직상하의 서열 구조를 만들어내며, 학제 및 입시제도 등은 학생들이 ‘사회 구조에 대해 성찰해 볼 기회’를 박탈한다. 물론 학생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집단을 인식하고 그들에 ..

개념이란

1.1. 개념이란 머리말에서 강조했듯이, 이 사고 훈련은 쉬운 놀이들을 거쳐 ‘연속체 문제(continuum problem)’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될 것입니다. 특히 이 ‘원 놀이’ 부분은 이해하기 아주 쉽습니다. 하지만 아주 어려운 물음으로 시작하겠습니다. • 개념(concept)이란 무엇인가? ‘개념’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누구나 ‘개념 없이는 사고 활동은 불가능하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개념이 사고 활동의 일부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부’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 물음에 대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개념을 ‘심적 이미지(mental image)’ 혹은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

파울로 프레이리의 ‘억압받는 자들의 교육’ 3 (두 가지 물음)

프레이리의 ‘비인간화’ 개념은 마르크스의 ‘소외’ 개념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자본주의 기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노동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해서도 소외된다. 즉, 그들에게 노동과 노동의 결과물인 상품은 자신들의 의사 결정과 무관한 것이 되어 버리고 만다. 자신들의 노동을 제어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자유와 평등을 상실하게 된다.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망은 마르크스에게 필연적 의미에서의 인간 본성과 같은 것일까? 아니면 가능적 의미에서의 여러 욕구 중 하나일 뿐인 것인가? 마르크스는 종종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망은 누구나 잠재적으로 갖고 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한 표현에만 주목하는 경우, 그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질문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한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전자의 질..

파울로 프레이리의 ‘억압받는 자들의 교육’ 2 (약간의 인본주의 비판)

프레이리를 대표하는 에 함축되어 있는 동기는 무엇인가? 책의 제 1장에 나타나 있듯이, 현재 사회를 좀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프레이리에 따르면, 인류 역사는 우리에게 인간화(humanization)과 비인간화(dehumanization)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두 선택지 중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인간화’이다. 그런데 ‘인간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애매모호하다. 비인간화가 정의롭지 못한 사회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인간화’는 ‘이상적인 정의로운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의 특징’과 관련을 맺는다. 그러한 특징으로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망’이 자주 거론된다. 여기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는 물음이 있다. •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망은 필연적 의미에서 인간 ..

파울로 프레이리의 ‘억압받는 자들의 교육’ 1

파울로 프레이리의 ‘억압받는 자들의 교육’ 지금까지의 교육의 역사를 살펴보면, 개인의 잠재 역량을 이끌어 내 주는 방식으로 수업이 설계된 적은 거의 없다. 또한 인성 교육은 ‘개인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individuals)’로 기능해왔다. 여기서 ‘개인의 사회화’란 ‘사람들을 기존 질서 및 가치 체계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관점은 지금까지 실천된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의 시대는 ‘정치가 사회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신념이 지배했다. 다시 말해, 사회 변화의 중심축은 정치라는 관점이 지배했다. 특정 정치적 이념 혹은 이론이 사회의 변화를 주도한 경우는 다수가 그..

욕망 충족 3. 빗나간 두 가지 관점, 세 가지 이론(작업 중)

4. 한 개인 X의 욕망이란 ‘X가 삶을 지속시키고 변화시키기 위해 충족되길 원하는 어떤 것’이다. 이때 욕망은 본능적 욕구에서 인생의 장기 전망에 이르기까지, 현재 불편한 것을 제거하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얻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물질적 소유욕에서부터 특정 인간 유형에 도달하려는 욕심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행위의 동기와 결과, 욕망 대상, 처벌과 보상에 의한 학습 맥락 중 어느 것을 택하는가에 따라 ‘욕구의 정의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점을 논외로 할 때, ‘욕망 충족 방식’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 가능하다. 첫째, 과거, 현재, 미래라는 삶의 시간적 흐름에 따른 접근 방식을 들 수 있다. 둘째, 욕망에 대한 구체적 인식 여부에 따른 접근 방식을 들 수 있다. 이러한 ..

욕망 충족 2. 경험 기계 EM(수정)

3. 욕망 충족 이론에서 ‘욕망’은 광범위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의미 반경은 배설 등 본능적 욕구에서부터 인생의 장기 전망에 이르기까지, 현재 불편한 것을 제거하려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확보하려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물질적 대상을 소유하려는 욕심에서부터 특정 인간 유형에 도달하려는 욕심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이 때문에, 욕망 자체를 단일적으로 규정하기란 어렵다. 배설 등 본능적 욕구에 주목하는 경우, 욕망은 특정 행위를 유발시키는 성향(disposition)으로 규정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욕망이 그러한 성향으로 설명될 수는 없다. 실례로 ‘나는 10년 후에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들 수 있다. 욕망을 정의하고 분류하는 방법은 행위, 욕망 대상, 처벌과 보상에 의한 학습 등..

욕망 충족 1. 어느 거지의 삶의 전략(수정)

욕망 충족 1.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를 추구하는 삶을 무조건 ‘좋지 않은 삶’ 혹은 ‘비도덕적인 삶’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쾌락 자체는 본래 선한 것이다’라고 전제할 필요가 있을까? 쾌락 자체를 본래 선하다고 전제하는 것은 단지 ‘쾌락에 따른 삶이 그 무엇보다 선한 것임’을 주장하려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다. 또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가정한다. 만약 행복이 그저 다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도구적 가치를 지닌다면, 이것은 그러한 가정과 부합할 수 없다. 최고의 가치로 가정된 것은 본래 선한 것이어야 한다. 에피쿠로스는 행복과 쾌락을 최고의 선으로서 일치시켜 ‘자연스러운 쾌락에 따른 삶’을 그 무엇보다 선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 ..

대의 민주주의

* 유학생들 에세이를 지도한 과거 경험을 떠올려 볼 때, ‘저기’나 ‘여기’나 배우는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의 경우, 주로 자유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교재가 사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다. 공산주의든 자유 민주주의든 사회 민주주의든, 모두 ‘정치가들에 의한 정치론’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또한 ‘정치가 사회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신념’이 시대정신처럼 여겨지고, 다양한 정치적 실험들이 경쟁했던 시대의 산물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민주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는 경우에만 민주주의의 여러 정부 형태가 ‘다른 정치적 이념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와 ‘여기’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들은 그러한 사실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